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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절대 단서를 놓치지 마라

행수어른 2023. 6. 10. 11:17

13  절대 단서를 놓치지 마라

​ 셜록 홈즈가 세계적인 탐정이 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그가 늘 갖고 다니는 확대경 때문이다. 확대경을 통해 홈즈는 머리카락 한 올도 놓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로 발전시킨다. 인간관계에 뛰어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상대가 무심코 나타내는 어떤 사소한 흔적 속에서도 풍요한 화젯거리를 찾아내고 만다.

​ 노인전문 요양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낸시는 봉사심이 투철한 열정적인 젊은 여성이다. 어느 날 그녀는 내게 찾아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힘겨움에 대해 털어놓은 적 있었다.
"오티스라는 고집불통 할머니가 계세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않죠.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할머니의 마음에 질러진 단단한 빗장을 열어젖히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죠. 그래도 할머니는 정말 꿈쩍도 안 하세요. 한 번은 비가 많이 내린 다음 날이었어요. 오티스 할머니 를 찾아가 저는 진심을 다해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죠. '비가 내리고 나자 정말 날씨가 맑아졌어요, 할머니!' 그러자 할머니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매우 귀찮다는 듯 겨우 대꾸를 해주시더군요. 비가 오면 팔다리가 더욱 쑤실 뿐이야. 나무들이나 싱싱해질 뿐, 지금 아가씨가 젊다고 내게 자랑이라도 하는 게야? 휴, 한숨밖에 안 나오더군요. 결국 저는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할머니께 나무를 좋아하시냐고 여쭤볼 생각은 안 했어요?"
"나무요?"
"그래, 나무요. 비가 오면 나무들이 싱싱해진다고 하셨다면서요. 다음에 뵈면 나무를 좋아하시냐고 꼭 한번 물어봐요."

​ 며칠 후 요양원으로 돌아간 낸시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사뭇 들뜬 목소리였다.
“효과가 있었어요! 오티스 할머니는 나무를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정원사와 결혼하셨다더군요. 작은 화분을 하나 선물해 드렸는데, 참 좋아하세요. 이제 할머니가 너무 많이 말씀을 하셔서 곤란할 지경이 에요."

​ 인간관계를 풍요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뜬금없는 곳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열고 싶다면 셜록 홈즈처럼 상대의 모든 의식과 무의식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단서를 찾아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태도, 예외적인 것들, 일탈, 여담, 잡담, 시간과 장소와 사람에 대한 언급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하나하나 당신이 얻은 단서에 대해 친밀하게 물어보라.

​ 물론 당신은 스쿼시 선수나 돌고래 사육사, 우표수집가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당신의 상대가 스쿼시, 돌고래, 우표라는 단서 가운데 어떤 것에 관심이 깊은지만 알아내면 충분하다. 그러고 나서 상대의 열띤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종종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나타내면 된다.

​ 사람을 얻는 자들은 대부분 수다쟁이가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말문을 터주고 적절히 그 물길의 방향을 터주는 경청(聽)의 달인이다.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5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