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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엿들어라

행수어르信 2023. 6. 9. 17:22

05  엿들어라

​ 당신에겐 모노클도 없고 상아로 만든 명함지갑도 없다. 그리고 어떤 모임에서 당신이 꼭 사귀고 싶은 사람의 옷차림에는 골프채 핀도 꽂혀 있지 않다. 더군다나 당신이 눈여겨보고 있는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열중해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엿들어라.

​ 눈에 띄지 않게 그의 주변을 맴돌며, 그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엿들어라. 흔히 '엿듣기' 하면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이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몰래 돌아다니는 스파이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점잖은 신사나 숙녀가 할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새로운 사람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얻는 데 이처럼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어떤 파티에 갔다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 가까이에 있어라.
그리고 그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단서를 주는 한두 마디의 말을 귀담아 들어라.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인사를 건네라.
“실례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우연하게 엿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선생님의 말씀은 제게도 무척 관심이 큰 사안이라서요.”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말을 경청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따라서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넬 것이다.
"저도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는 말은 무척 많이 들었는데, 선생님께서는 파리의 지리에 대해 무척 해박하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처럼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파리의 골목골목에 자리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노천 카페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제 여행계획이 잘못 짜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요,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파리의 참모습은 바로 그와 같은 골목골목의 풍경에 있을 겁니다.”
어느새 당신은 당신이 점찍은 사람의 가장 가까운 곁에 있다.

엿들어라, 그리고 경청하라.


[출처]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