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엿들어라
당신에겐 모노클도 없고 상아로 만든 명함지갑도 없다. 그리고 어떤 모임에서 당신이 꼭 사귀고 싶은 사람의 옷차림에는 골프채 핀도 꽂혀 있지 않다. 더군다나 당신이 눈여겨보고 있는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열중해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엿들어라.
눈에 띄지 않게 그의 주변을 맴돌며, 그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엿들어라. 흔히 '엿듣기' 하면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이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몰래 돌아다니는 스파이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점잖은 신사나 숙녀가 할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새로운 사람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얻는 데 이처럼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어떤 파티에 갔다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 가까이에 있어라.
그리고 그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단서를 주는 한두 마디의 말을 귀담아 들어라.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인사를 건네라.
“실례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우연하게 엿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선생님의 말씀은 제게도 무척 관심이 큰 사안이라서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말을 경청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따라서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넬 것이다.
"저도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는 말은 무척 많이 들었는데, 선생님께서는 파리의 지리에 대해 무척 해박하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처럼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파리의 골목골목에 자리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노천 카페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제 여행계획이 잘못 짜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요,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파리의 참모습은 바로 그와 같은 골목골목의 풍경에 있을 겁니다.”
어느새 당신은 당신이 점찍은 사람의 가장 가까운 곁에 있다.
엿들어라, 그리고 경청하라.
[출처]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3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