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무엇을’ 배려할지보다 ‘어떻게’ 배려할지를 생각하라
당신은 지금 무척 바쁘다. 점심식사를 하러 나갈 짬도 없다. 당신의 절친한 동료가 묻는다.
"친구, 우리 지금 패스트푸드 식당에 갈 건데 요기할 만한 뭣좀 사다 줄까?"
여전히 서류 더미에 코를 박은 채 당신은 건성건성 대답한다.
"고마워, 아무거나 사다 줘요."
당신 친구는 점심식사를 하는 내내 당신에게 무엇을 사다 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자꾸만 당신의 입맛에 신경 쓰이고, 행여나 원하지 않는 걸 사다 줘서 본전도 못 찾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즐거운 식사시간을 불편하게 만들고 만다. 그러고는 영 마뜩치 않은 샌드위치 하나를 사서 죄 지은 사람처럼 당신 앞에 내놓고 도망치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고는 자신이 사다 준 샌드위치를 당신이 잘먹는지 틈틈이 훔쳐본다.
따라서, 당신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친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정한 고마움이 담긴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고마워, 치즈 샌드위치나 프랑크 소시지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만 아니면 뭐든 괜찮아.”
어떤 특정한 메뉴를 기다렸다는 듯 부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위의 답이 최선이다. 짧은 시간, 상대의 호의에 대해 당신이 배려할 수 있는 최선이다. 당신의 먹을거리를 사러 가는 당신 친구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그는 가게에서 치즈나 프랑크 소시지가 곁들여진 샌드위치를 눈 밖으로 밀어내며, 아무거나!' 를 외치지 않은 당신의 배려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
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 친구가 있었다. 언젠가 나는 어떤 사교 모임에 뒤늦게 도착해서 그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 뒤에서 그의 말에 쫑긋 귀를 세웠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생각한 것만큼 그의 얘기는 재미가 없었다. 당황한 것도 잠시, 사람들이 그에게 박수를 치며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음식을 먹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자넨 복도 많군, 자네의 재미없는 얘기를 끝까지 듣고 박수까지 쳐주다니, 정말 고마워해야 할 일이군."
그러자 그는 빙그레 웃었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 건 내 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제스처와 열정 때문이야. 그토록 재미없는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유쾌한 몸짓과 열정을 서비스했으니, 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고마워해야지. 지루함을 달래주었으니까 말일세. 안 그런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보다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인간관계에 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일깨워줬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마찬가지다. 배려는 상대의 호의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줄 것인지에 서 출발한다. 아무리 바쁘고 경황이 없다 하더라도, 상대의 호의를 무심코 물리쳐서는 절대 안 된다(아무거나 사다 줘!' 라고 외치는 것처럼). 상대가 호의를 보이면, 어떻게든 상대의 호의가 당신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당신은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따라서, 무엇을 배려할지보다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를 늘 고민하고 노력하라. 그러면 늘 당신에게 호의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39-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