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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눈을 맞춰라

행수어르信 2023. 6. 11. 09:43

26  눈을 맞춰라

​ 트로이의 절세미인 헬렌,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1,000척의 군함을 전쟁에 동원할 수 있었다. 19세기 전설적인 사냥꾼이자 민중의 영웅이었던 데이비 크로켓은 단지 노려보는 것만으로 곰을 쓰러뜨렸다.

​ 당신의 눈도 마찬가지다. 무예의 고수들이 자신의 주먹을 필살기로 단련하듯, 당신도 당신의 눈을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상대와 눈을 맞출 때다.

​ 대체로 사람들은 상대와의 눈맞춤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커다란 실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의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보스턴 대학 산하의 연구센터는 눈맞춤의 정확한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먼저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을 각각 남녀 한 쌍씩 짝을 지었다. 그렇게 짝을 지은 전체 그룹을 다시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러고는 모든 남녀 쌍에게 2분간 서로 대화를 하도록 지시했다. A그룹에 속한 남녀 쌍에게는 대화를 하면서 서로 상대가 몇번이나 눈을 깜박거리는지, 그 횟수를 세라고 지시했고, B그룹에 속한 남녀 쌍에게는 그저 대화를 할 것만 지시했을 뿐 눈맞춤에 대한 특별한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 그 결과, 서로 몇 번이나 눈을 깜박거리는지 횟수를 세기 위해 상대와 눈맞춤을 할 수밖에 없었던 A그룹 쌍들이 B그룹 쌍들보다 상대에게 훨씬 더 호감과 존경심을 느꼈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 나 또한 어떤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자로 나섰을 때 이 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발표할 때 유독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여자가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내 말을 경청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그녀가 내 말에 집중하고, 내 강연에 매혹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나는 계속해서 발표를 잘 끌어갈 수 있는 영감들을 떠올렸고, 마침내 성공적으로 연단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실례하겠습니다.”

​ 그런데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계속 걸어갈 뿐이었다.

나는 좀더 큰 목소리로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게 아닌가. 나는 결국 그녀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순간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얼른 내 강연에 집중해 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물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어떤 점이 특히 인상적이셨나요?"

"글쎄요,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어요. 선생님께서 연단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바람에 강연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는 바로 청각장에인이었다. 내 발표가 그녀를 사로잡은 게 아니었다. 내 강연에 강한 흥미를 느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다만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내 입술의 움직임을 필사적으로 읽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맞춤은 강연을 하는 내내 내게 기쁨과 통찰력을 주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맑고 산뜻했다. 나는 그녀에게 커피를 한잔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한 시간 내내 그녀에게 세미나에서 했던 강연을 다시 들려주었다. 정말이지 눈맞춤의 위력이란 대단하지 않은가!

​눈맞춤은 긍정의 힘을 준다.

​ 예일 대학 연구원들의 발표에 따르면, 눈맞춤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지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추상적인 사고에 뛰어난 사람은 구체적인 사고를 잘 하는 사람보다 받아들이는 데이터를 좀더 쉽게 통합한다. 따라서 그들은 침묵을 지키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계속해서 들여다본다. 이들의 사고과정은 상대가 무엇을 살피는지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흐트러지지 않는다.

​ 예일 대학 연구원들은 '눈을 마주치면 마주칠수록 그만큼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온다' 는 사실을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독백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고는 그 독백을 듣는 또 다른 피실험자들에게 상대와 눈을 맞출 것을 지시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상호간에 친근한 감정이 많이 생겨났음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 아울러 눈맞춤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적인 반응은 생물학적인 토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강렬한 시선을 받는 사람의 경우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아드레날린 또는 이와 비슷한 물질이 정맥을 통해 분출된다. 이는 화학작용으로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때 느끼는 신체적 반응과 매우 비슷하다.

​ 비즈니스 미팅이나 스스럼없이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사교 모임에서 의식적으로 상대를 지속 응시해 보라, 상대는 자신이 당신을 사로잡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결국 당신에게 호감과 매력을 느끼기에 이른다.


[출처]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99-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