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아첨은 은근슬쩍 하라
그래도 살다 보면 반드시 아침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아첨을 할 때는 노골적으로 하지 말고 은근슬쩍 하라.
어떤 모임에 나갔을 때다. 내 오른쪽에 앉아 있는 신사분이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레일 씨, 당신은 너무 어려서 기억하기 힘들겠지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는……”
나는 정말 공중에 붕 뜬 기분이었다. 그가 그 다음 어떤 말을 했는
지는 기억할 수 없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벽에 붙은 거울에 비친 젊은 나 자신을 슬쩍 바라본 것
밖에는.
물론 나는 1969년 7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닐 암스트롱이
9 1/2B의 부츠를 달에 내려놓는 장면 을 바라보면서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그 날 저녁 모임에서는 달 여행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멋진 신사가 1969년을 또렷하게 기억할 만큼 내가 나이먹지 않았다고 생 각한 사실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내 나이에 대한 생 각을 아무 계산 없이 드러냈다고 짐작한다. 따라서 그것은 진실한 것 임에 틀림이 없다.
확실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점을 다시 생각해 보건대, 아마도 그는 내가 달 착륙을 기억할 정도로 나이가 먹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리라. 단언하건대 그는 우연을 가장한 아침이라는 책략을 은근 히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 대한 나의 따뜻한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연을 가장한 아첨은 중요한 것을 말하면서 칭찬을 슬쩍 흘려놓는 것이다.
한번 시도해 보라. 당신도 좋아할 것이고 상대도 좋아할 것이다.
우연을 가장한 아침을 시도해 보고, 그것을 받는 사람의 얼굴에 퍼 지는 미소를 보라. 65세 된 친척 아저씨께 "아저씨 나이면 계단에서 숨을 헐떡거리실 텐데, 아저씨보다 젊은 제가 오히려 숨차서 죽을 뻔 했어요"라고 말하라. 동료에게 "계약에 관한 법률은 자네가 훨씬 잘 알고 있겠지만 행간을 읽다가 그만 멍청하게도 내가 서명을 하고 말 았어" 라고 말하라.
물론 은근슬쩍 흘리는 아첨은 받는 사람을 대단히 기분 좋게 만들어, 상대가 그만 당신이 꼭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을 듣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은근슬쩍 흘리는 아첨은 좋은 칭찬과 거의 맞먹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175-1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