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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상대의 탱크를 깨끗이 비워라

행수어르信 2023. 6. 27. 00:07

77 상대의 탱크를 깨끗이 비워라

언젠가 나는 어이없는 불행을 겪은 적 있다. 어느 날 밤, 뉴욕 시내를 걸어가던 나는 한적한 길에 주차된 차문을 따고 몰래 들어가려는 사람을 목격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러지 말라고 외쳤다. 도망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강도가 되는 것에 만족하기로 맘먹은 억센 사내는 복수를 하기로 결정했는지 쏜살 같이 내게로 달려와서는 시멘트 보도블록으로 나를 밀쳐버렸다. 나는 두개골이 깨지는 부상을 입었다.

현기증이 나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는 마침 가까이에 있는 병원의 응급실로 간신히 걸어 들어갔다. 욱신거리는 머리에 아이스팩을 대고 있는데, 응급실 간호사가 짜증이 날만큼 세세하게 신상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주소와 전화번호, 사회보장 번호, 보험 번호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마치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재수 없게도 머리가 깨졌네요. 하지만 그건 별일 아니니 나중에 말해줘도 돼요. 중요한 건 보험 번호예요. 어떻게 되시죠?' 그 순간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그렇게 사소한 일로 날 괴롭히지 말란 말이야! 지금 난 머리를 다 쳤다고! 어떤 사람이든 내게 일어났던 끔찍한 일을 좀 물어봐 달란 말 이야!'

무례하고 가학적인 심문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는 "그런데 무슨 사고로 오신 거죠?" 라고 물었다.

나는 나중에야 내 안타까운 사연을 다른병원응급실에서 환자 접수를 받고 있는 친구인 수에게 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나도 알아. 간호사들이 다들 그런 식으로 병원 서류를 받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 부상당한 사람은 병원 서류를 모두 정리한
다음에야 마지막으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말하게 되지."

간호사인 수는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골절을 입고 화상을 입어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서류작성에 필요한 것들을 묻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질문을 바꿨다. 제일먼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물어본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났 던 일을 그녀에게 말한다. 그녀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기분 좋게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줘”

뛰어난 사장은 말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알고 있다. 소규모의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내 친구 로버트는 종업원이 불만을 토할 때
마다 종업원의 말꼬리를 잡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종업원의 말을 끝까지 철저하게 듣는다. 다루기 힘든 고객, 협조하지 않는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업원이 맘껏 하도록 그냥 둔다.
로버트는 말한다.
"그가 가슴에 있는 모든 것을 말한 다음에는 좀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얻게 되지."

주유소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탱크에 기름이 꽉 차 있을 경우, 기름을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주유통이 꽉 찼는데도 강제로 기름을 넣으려 한다면 기름은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만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뇌는 자신의 여러 가지 생각, 걱정거리,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자기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는 상대의 뇌 에 집어넣으려 하면, 당신은 결국 오염된 혼합체가 엎질러지는 것을 보게 될 뿐이다. 당신의 엄청난 아이디어를 상대의 탱크에 넣으려면, 먼저 상대의 탱크를 완전히 비워라.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점을 논의할 때는 당신이 말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완전히 끝내도록 하라. 상대의 말을 가로 막고 끼어들어야 할 경우에는 열까지 수를 세라. 이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도록 하는 것처럼 당신의 말을 그가 쉽게 이해하게 하는 데 있어 뛰어난 방법은 없다.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261-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