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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상대가 마음껏 '에모' 를 외치게 배려하라

행수어르信 2023. 6. 27. 00:08

78 상대가 마음껏 '에모' 를 외치게 배려하라

에모(Emo)는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잡지를 만든 엄청난 여자 헬렌 브라운이 만들어낸 단어다. 에모는 '좀더 많은 감정을 베풀어라!'로 풀이된다.

<코스모폴리탄>에서 나에게 민감한 문제(대부분 남자친구를 좀더 열정 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관해 젊은 여성에게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는 것)를 상담해 주는 칼럼을 부탁한 적이 있다. 나는 심리학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그리고 성(性)과학자와 실시한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칼럼을 써서 보냈다. 그후 <코스모폴리탄>은 내원고를 수정하여 다시 보내왔다. 모든 페이지마다 좀더 많은 에모를!' 이라는 마크가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것이 무슨 말인지 물었다. 그녀는 그것이 성치료사들, 이른바 성전문가들의 의견에 가미된 헬렌의 가볍게 말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남자친구의 열정이 충분하지 못할 때 젊은 여성이 느끼는 감정을, 또는 서로 마주쳤을 때 비난 받는 남성이 느끼는 감정을, 자신들의 당혹스러운 문제를 논의할 때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낱낱이 파헤쳐 쓰라는 뜻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인사인 헬렌은 이 모든 감정을 독자들에게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상담은 독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솔직하고 발칙한 감정을 발산할 때 좋은 칼 럼이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좀더 많은 에모를! 그녀는 정 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L.L. 빈L.L. Bean은 최근에 나를 완전한 에모로 덮어버렸다. 몇 달 전 이었다. 친구인 필은 몇 벌의 바지를 사려 했고, 추천해 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나는 그를 끌고 내 옷장에서 L.L. 빈 제품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확신을 얻게 되었고, 네이비블루 색상의 바지 한 벌을 주문했다.

필은 그 옷을 입고 사귄 지 얼마 되지 않는 여자친구와 우아한 식당에서 멋진 데이트 시간을 가졌다.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그가 예약한 아늑한 자리로 걸어가다가 여자친구가 그만 핸드백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필은 곧바로 그것을 집어주었다. 그런데 아차차! 바지 중간에 실밥이 터지고 말았다.

필의 엉덩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자비롭게도 시선을 피해 주었다. 몇몇 사람만이 킥킥거리고 웃었다. 엉덩이를 가리기 위해 찢어진 실밥을 부여잡은 채 필은 필사적으로 자기 식탁에 가서 앉았다. 엉덩이의 시원함이 식사하는 내내 필의 치욕을 연상시켰다.

필이 당한 수모를 전해듣고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L.L. 빈에 항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곧바로 나는 고객서비스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필의 안타까운 사정을 말하자 그녀 역시 매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내 노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참을성 있게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 일과 관련해서 더 자세하게 듣길 원했다. 내가 길고도 안타까운 사연을 마치자 그녀는 말했다.
"정말 안타깝네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친구분은 분명히 괴로
워 하셨을 겁니다.”
"예, 맞아요. 그 친구는 굉장히 힘들어 했어요.”
"정말, 비참함을 느꼈을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고 말고요.”
나는 그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 놀라서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도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을
겁니다. 특히 저희 회사 제품을 적극 추천했기 때문에요."
"솔직히 말하면 당신네 제품은 뛰어나요."

나는 약간 마음을 가라앉힌 채 말했다.
"이렇게 불편함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아니, 그건 당신의 실수가 아니죠."
이제 나는 완전히 누그러졌다.
"운이 없으니까 바지 한 벌에 그런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해요.”

사실은 말하는 것이고 감정은 소리치는 것이다. 감정적인 상황에 마주친 사람들이 사실을 말할 때 감정을 맘껏 토로하게 두어라. 사실을 듣되 미친 듯이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라. 에모로 뒤덮는 것은 그들의 감정적 폭풍을 누그러뜨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영리한 고객서비스 직원은 나의 탱크를 몽땅 비웠고, 내가 마음껏 에모를 외치도록 배려했다. 그것으로써 내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다음날, 나는 UPS를 통해 L.L. 빈의 바지뿐 아니라 손으로 직접 쓴 사과문에다 두툼한 상품권까지 전해 받았다. 이 회사에 내가 다시 주문을 해야 하겠는가? 누구나 내가 다시 주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 회사의 의류를 구매하라고 추천할 것인가? 누구나 내가 추천할 것으로 믿는다. 최고의 고객서비스 직원은 실수를 오히려 반긴다. 실수로 인해 회사가 밝게 빛날 기회를 다시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당신이 일을 엉망으로 망쳐놓아 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힘을 다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라.

중요한 고객의 사무실에 들렀을 때였다. 발이 그만 카펫에 걸려 몸 이 앞으로 튕겨나가면서 얼굴로 그녀의 책상에 있는 꽃병을 건드렸다. 내 코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꽃병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본드 두 개로 여기저기로 튄 조각을 모아 붙여 복구한 꽃병을 다시 그녀 의 책상에 올려놓고 우리는 그런대로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날 꽃 배달하는 사람에게 열두 송이의 장미를 꽂아, 전날 내가 깨뜨렸던 꽃병보다 10배 정도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꽃병을 배달하라고 주문했다.

그후로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 고객은 내게 매번 새로운 꽃병을 자세히 살핀다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사무실에 다음번에 들르면 그녀는 아마도 깨질 만한 값진 것들은 숨길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기쁘게 만드는 실수의 기회는 또 찾아오리라.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264-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