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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함께 울고 웃어라

행수어르信 2023. 6. 9. 17:40

07  함께 울고 웃어라

​ 최근 지능지수 IQ가 전체 국민의 상위 2%에 해당하는 영재들의 모임인 멘사의 초청을 받은 적 있다. 해마다 열리는 그들의 정기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내가 총회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호텔 로비에서는 칵테일 파티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프런트에서 체크인한 다음 파티에 참석한 멘사들과 함께 짐을 끌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 나는 겨우 탑승했다. 사람들이 층층마다 내린 탓도 있지만 엘리베이터는 유난히 느릿느릿 움직였다.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무심코 입을 열었다.
"엘리베이터가 더위를 먹었나 봐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지능지수가 150 이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는 듯 멘사들의 답변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레일가드 얼라인먼트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일 거예요.”
“전동장치와 연결되는 접점에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이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는 회사의 바닥을 치는 주가와 관련이 있겠죠.”

​ 순간 나는 정신이 아득했다. 영재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찔린 기분이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으며, 어쩐지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간신히 배정받은 방에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았을 때 나는 그들의 답변이 매우 흥미로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데 왜 그때는 그들이 내게 보여준 행동이 영 못마땅했을까?

​ 그건 바로 내가 장시간 비행에 지쳐 몹시 피곤한 탓이었다. 어떤상황과 사물을 바라보는 그들의 냉철하면서도 강렬한 시각이 내 피곤함과 맞물려 부조화를 일으킨 때문이었다.

​ 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해야 했다.
"그래요. 엘리베이터가 물 먹은 솜처럼 참 느리죠?"
그랬다면 나는 빙긋 웃으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을 터다. 그런 나를 보면서 그들은 또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나가야 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느린지, 혹시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어요?"

​ 대화가 이렇게 이어졌다면, 나는 그들의 냉철하고도 강렬한 시각들에 대해 감탄하며 존경심을 표현했을 것이다.

​ 무릇 상대를 사로잡는 첫인상은, 상대에게 나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상대에게 내가 얼마나 편안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고양이의  갈그랑거리는 소리, 아이들의 콧노래 소리, 달콤한 아카펠라 그룹의 화음 소리처럼 상대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피로를 달래줄 수 있는 첫인사야말로,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빠른 방법이다. 재기발랄하고 통찰력 넘치는 대화는 그 다음이다.

​ 좋은 대화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노래와도 같다. 처음부터 절정으로 치닫는 노래는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좋은 대화를 하고 싶다면, 당신이 하고 싶어하는 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리듬감 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라.

​ 세상의 어머니들이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다루는지 생각해 보라. 그들은 울면서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때릴 듯 손을 치켜들며 조용하지못해!라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린 다음 잠시라도 아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어루만지며 '응, 응, 그래, 그래, 우리 애기 많이 힘들구나. 응, 응, 그래, 그래, 아이고 예뻐라, 착하지?' 라고 달랜다.

​ 당신과 대화하는 상대 또한 덩치만 커다랄 뿐 속마음은 천진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상대가 어떤 일로 몹시 화가 나 있을 때는 당신도 함께 화를 내주고, 어떤 일로 속상해 있다면 당신도 함께 속상한 표정을 지어줘라. 상대의 목소리 톤에 당신의 목소리를 맞춰라.

상대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치고 싶다면, 무엇보다 상대와 함께 울고 웃어라.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3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