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출신지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라
09 출신지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라
어떤 모임에서든 간에 당신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어디 출신이세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이 두 질문에 대해 당신은 무심코 답변한다.
"아이오와 주 머스캐틴 출신입니다.”
"기업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합니다."
이 같은 답변은 상대가 더 이상 당신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또는 당신의 첫인상에서 호감을 느낀 상대가 더 이상 당신에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이 같은 짤막한 답변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 장에서는 먼저 “어디 출신이세요?" 라는 질문에 답변하는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설령 당신이 콜로라도 주의 덴버나 미시건 주의 디트로이트,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등과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진 대도시 출신이라 하더라도, 역사학자나 지리학자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것이다. 당신의 출신지역에 대한 답변을 들은 사람들은 내심 고민한다.
'아, 이런… 이제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심지어 뉴욕, 시카고, 워싱턴, LA 등의 세계적인 도시 출신이라고 답변해도 이는 그다지 매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당신이 뉴욕에서 왔다고 하면, 십중팔구 사람들은 그저 어색한 농담 같은 말을 해줄 뿐이다.
“뉴욕이요? 하하, 혹시 그곳에 살면서 노상강도를 당한 적은 없으세요?"
따라서, 출신지역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서는 단답형으로 말하지 마라. 질문한 사람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살을 붙여라..
당신의 고향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이나 재기 넘치는 관찰을 곁들여 '질문' 한 사람을 대화' 로 끌어들여라.
몇 달 전 무역협회의 초청을 받아 사람들에게 깊은 호감을 얻는 비결 에 대해 강연을 한 적 있다. 강연에 앞서 나는 협회 회장인 데블린 여사와 인사를 나눴다.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네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를 나눈 다음 데블린 여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짧은인사 뒤에 찾아온 서먹서먹한 침묵 탓이었다. 초청자로서 손님을 불러놓고는 대화를 이어나갈 말을 찾지 못한 그녀는 초조한 기색마저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출신지역에 대해 물었다.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출신입니다.”
그러고는 커다랗게 웃었다. 나는 콜럼버스라는 도시 이름 하나로 대화를 풀어가야 할 입장에 놓였다. 내심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하이오 주의 콜럼버스라고요? 그곳을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를 어쩌죠? 물론 콜럼버스에는 제프라는 친구가 살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제프가 회장님 친구는 아니잖아요. 혹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서 도시명을 만든 건 아닌가요?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회장님께 여쭤보지는 않을래요. 자칫 잘못하면 뉴욕에서 왔다니까 노상강도 당한 적 있냐고 되묻는 어색한 농담 아닌 농담이 되고 말 테니까요.'
나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보고자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몇 가지 질문거리가 머릿속을 다급하게 스쳐갔지만 지나치게 확실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유치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즉흥적이라는 이유로 차마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데블린 여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 앞에 여전히 서 있었다. 그녀는 내게서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질문이나 재치 넘치는 말들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할 말을 잃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자, "맹장이 어디에 있어요?" 라고 묻는 수술용 메스를 든 외과의사를 바라보며 당혹해하는 환자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국 나와 그녀는 어색한 악수를 다시 한번 나누고는 청중과 강연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물고기에 따라 미끼가 달라야 한다.
뛰어난 낚시꾼은 잡고자 하는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미끼를 사용한다. 문어를 낚을 때 사용하는 미끼를 상어를 낚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을 얻는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미끼는 지금 당신과 마주하고 있는 상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물고기를 잡고 싶다면 아주 유혹적인 미끼를 던져야 하듯, 상대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상대를 적극 유혹할 수 있는 미끼를 적절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워싱턴D.C. 출신이다. 따라서 화랑을 운영하는 사람이 내게 출신지역을 물어오면 나는 파리를 설계한 도시계획가가 워싱턴D.C.를 설계했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도시계획의 예술성, 파리라는 도시의 심미적 가치, 나아가 유럽 여행의 추억 등등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터지고 점점 강물을 이루어 넓은 바다로까지 나간다.
젊은 선남선녀들의 사교 모임에서는 다르게 대답한다.
“워싱턴D.C. 출신입니다. 제가 고향을 떠난 이유는 제가 성장할 때 인구비율이 남자 한 명당 여자 7명인 탓에 멋진 남자를 만날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로맨틱한 상대가 어느 지역에 많은지, 추천할 만한 데이트 코스라든지 사랑과 연애에 대한 입담으로 자리가 풍요해진다.
공무원이나 정치가들과 의견을 나눌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워싱턴의 정치적 면모에 대해 설명한다. 굳이 전문적인 지식까지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출신지역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 문화적 기본소양 정도만 갖추고 있어도 좋다. 결국 상대와의 대화는 당신의 출신지역에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장소에서 결말을 맺게 마련이다. 상대를 흥미롭게 만들어줄 흥미로운 사실들만 몇 가지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데블린 여사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와 나는 콜럼버스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당신이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출신이라면, 비즈니스 미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네, 저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출신입니다. 구매력이 높은 도시인 까닭에 많은 대기업들이 콜럼버스에 입주해 있습니다. 사실 콜럼버스는 미국에서도 가장 미국다운 도시' 라고 할 수 있어요. 콜럼버스에서 뜨면 미국 전역에서 뜬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랍니다.”
독일계 이민자와 대화를 나눌 때는 벽돌로 이루어진 거리와 1850년대 건축양식을 간직하고 있는 콜럼버스의 역사적인 독일식 마을에 대해 소개하라. 이탈리아계 이민자와 대화를 나눌 때는 콜럼버스의 자매도시가 바로 이탈리아의 제노바라는 점을 설명하라. 미국 역사에 정통한 사람과 만났다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념하기 위해 산타마리아를 그대로 본뜬 스시오토 강 Scioto River에 대해 말하라, 고등학생과 대화를 할 때는 콜럼버스에 소재한 5개 종합대학에 대해 말하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과 저녁식사를 할 때는 미국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조지 벨로우스George Bellows가 콜럼버스 출신이라는 사실을 얘기해 줘라.
제프가 여름휴가를 맞이해 나의 집을 방문했을 때 문득 나는 데블린과의 일이 떠올라 물었다.
"제프,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출신이라고 했지?"
"응, 정확히 말하면 콜럼버스에서 약간 떨어진 가한나 Gahanna' 라는 마을에서 자랐지. 가한나는 히브리어로 '지옥' 을 뜻한다네."
“헉, 마을 이름이 지옥이란 말이야?"
"하하, 그래. 그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 고대 히브리 역사학자들은 매우 날카로운 투시력을 갖고 있었는데…”
제프와 나는 밤늦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나는 마을 이름만 달랑 말하지 않은 제프가 참으로 고맙고 고마웠다.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 42-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