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초연하라
30 초연하라
1960년 9월 25일, 대통령선거에 나선 리처드닉슨과 존 F. 케네디 후보의 토론이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닉슨의 얼굴 메이크업이 잘못되었음을 발견했다. 즉 닉슨은 초조해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게다가 그는 간헐적으로 얼굴을 찡그리기까지 했다. 정치전문가들은 그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예측은 적중했다.
내 친구 헬렌은 원하는 기업에 좋은 인재들을 소개해 주는 뛰어난 스카우트 당자(헤드헌터)다. 성공비결을 묻자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특별한 비결이 뭐 있겠어, 지원자가 거짓말을 할 경우, 그걸 꼭 집어 지적해 주는 능력이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지."
"지원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니?"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말해 줄게, 중소기업의 마케팅 책임자 자리에 지원한 젊은 여성과 인터뷰를 했어.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녀는 왼다리를 오른다리에 포갠 채 양손은 편안하게 무릎에 올려놓고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앉아 있었지. 나는 그녀에게 희망연봉을 물었어.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지. 그 다음 나는 앞으로 맡게 될 마케팅 업무가 마음에 드냐고 물었어. 그녀는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마음에 든다고 하더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니던 직장을 왜 그만뒀는지 물었지. 순간 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오른다리를 왼다리에 포갔어. 그리고 오른손으로 입과 턱을 감싸 쥐었지. 그러고는 예전 직장에서는 비전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하더군. 그때 나는 모든 걸 깨달았지. 그녀의 신체는 그녀의 말이 솔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헬렌은 인사담당 전문가답게 사소한 자세 바꿈만으로도 정확하게 규명해 낼 수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상대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그에 대한 본능적 신체 반응을 간파한 후 그것에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그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화제를 바꿔 질문을 계속했지. 먼저 그녀에게 미래의 목표에 대해 물었어.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평정을 되찾더군,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기 위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정말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양손을 다시 무릎 위에 내려놓았어.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다가 다시 물었지. 비전을 찾기 어려웠다는 추상적인 이유 때문에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둘 수 있었냐고 말이지. 내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내 시선을 외면하고 다시 자세를 바꿨어. 예전 직장에 대해 말하면서 오른팔로 왼팔뚝을 연신 문지르기 시작했지.”
헬렌은 끈질기게 질문한 결과, 지원자가 예전 직장에서 직속상사와 불화를 일으켜 해고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와 함께 일하는 회사 동료 한 명이 매장 담당 직원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지원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느꼈지. 어떤 거짓말인지 뭐라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는 내가 질문하기가 무섭게 능숙한 답변을 쏟아냈는데,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더군.”
이처럼 상대의 거짓말을 간파해 내는 방법의 형태는 다양하다. 다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나 초조해 하는 사람은 모두 그 같은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신체 반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어떻게 탐지해 낼까? 바로 신체의 변화를 통해 탐지한다. 자율신경계의 파동, 호흡 패턴의 변화, 땀, 붉어지는 얼굴, 심장 박동수, 혈압, 감정을 자극하는 다양한 신호…. 따라서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협상 등의 자리에서는 결코 초조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초조함을 나타내는 신체 반응은 곧 내가 상대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단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할지라도 초조한 신체 반응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의 강압적 태도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거나, 상대에게서 어떤 위협을 느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자세가 불안해진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자와 비즈니스 관련한 대화를 나눌때 상대인 젊은 남자는 불안한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고객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할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연신 자신의 목을 문지를 수도 있다.
또한 자세나 말, 표정은 환경이나 분위기 때문에 바뀌는 경우도 많다. 초조함을 느끼지 않는 비즈니스맨일지라도 실내 기온이 높아지면 넥타이 매듭을 살짝 풀 수도 있다. 야외 선거유세에서 정치가는 먼지나 꽃가루 때문에 지나치게 눈을 깜박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중요한 건 초조해 보이는 자세나 표정은 상대에게 결코 좋은 느낌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은 늘 상대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아무리 가려워도 긁지 않고, 아무리 간질거려도 코를 문지르지 않는다. 실내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셔츠 칼라를 풀어놓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훔치지도 않으며, 햇빛이 강하게 비쳐도 손사래 치지 않는다.
초조해 하는 모습이 신뢰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들은 모든 것을 완전하게 참아낸다.
대화를 할 경우 코가 가렵더라도, 귀가 간지럽더라도, 다리가 간질거려도 초연하라. 초조해하지도 말고, 씰룩씰룩 움직이지도 말며, 몸부림치지 말고, 긁지도 마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필요 이상으로 몸을 만지지 마라. 얼굴 가까이 손을 자주 가져가면, 초조해하는 표정이나 자세를 보이면, 상대는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직감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출처]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 118-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