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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상대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어라

행수어르信 2023. 6. 12. 04:40

37  상대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어라

​ 상대의 취미보다 더욱 곤란하고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상대의 전문 직업' 이다. 나는 지금도 어떤 모임에서 소개받은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관리 직종에 종사하는 두 사람을 잊지 못한다.

​ 그들은 내가 막 자리에 앉을 무렵 “도메인 관련 연산이 안전표현에만 제한될 경우에는 …와 같지 않죠” 라고 말하고 있었다.

​ 나는 자리에 앉아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곧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사실 그때까지 나는 마우스가 털이 난 징그러운 동물인 줄로만 알았고, 윈도란 커튼이 달려 있는 창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웹이라고 하면 거미가 다른 곤충을 잡기 위해 만든 거미줄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들과 대화를 나눠야 했다. 그들은 내게 중요한 컨설팅 업무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 클라이언트들이었기 때문이다.

​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컴퓨터와 IT 산업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노라고, 그런 다음 부탁했다.

“저 같은 문외한이 컴퓨터 전문가와 대화를 나눌 때 알고 있으면 좋을 것들에 대해 얘기해 주시지 않겠어요?"

그들은 내 솔직함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친절하게 내게 몇 가지 컴퓨터 전문용어들을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컴퓨터 전문가들의 모임에서 강연할 기회를 가졌는데, 효과는 매우 좋았다. 나는 그때 이미 “어떤 레이드 레벨l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과 데이터 웨어하우징 제품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으로 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어떤 전문가 그룹과도 대화를 시작할 때는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단 당신은 질문을 통해 답변을 귀담아 듣고, 잠시나마 그들이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대화를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그런 다음에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라! 당신이 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그 분야에서 아는 것이 많은 것처럼 보이려면 말이다.

​모든 성공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질문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 테니스 선수는 상대의 서브를 몇 번만 받아도 곧바로 상대의 실력을 파악한다. 상대의 서브가 생각보다 강하면, 손에 땀이 흐르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서브가 생각보다 약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 상대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당신이 던지는 몇몇 분만으로도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흥미로울지, 지루할지 곧바로 파악한다.

​ 언젠가 어떤 사람에게 내가 책을 출간한 적 있다고 말했었다. 그때 그는 감탄하듯 물었다.

"오, 글을 쓰시는 작가분이시군요. 시대를 관통하는 대작 소설이 곧 나오겠죠?"

​ 그는 내가 책을 출간했다고 하자, 소설가인 줄 착각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은 글을 쓰는 사람을 곧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질문은 대화의 물꼬를 제대로 틀 수 없게 만든다.

​ 어떤 사람이 글을 쓴다거나 책을 냈다고 하면,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오, 글을 쓰시는군요. 소설을 쓰시나요? 아니면 비소설?"

그러면 대화의 물꼬가 자연스럽게 풀려나간다. 적어도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소설가는 아니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어떤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과 대화할 때는 그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글쓰기에 관한 대화가 설령 끊기고 다른 화제로 넘어간다 해도, 여전히 당신은 지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 모든 직업, 모든 스포츠, 모든 관심사에는 저마다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만이 물어보는, 즉 문외한들은 전혀 모르는 질문이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만나기 무섭게 “지금까지 어떤 임무를 맡으셨습니까?" 라고 물어본다(우주선에서는 어떻게 용변을 처리합니까?” 라고 절대 묻지 않는다). 치과의사들끼리는 “일반치과이십니까, 전문치과이십니까?(미국에는 일반치과의사와 전문치과의사 제도가 확립되어 있다)” 라고 묻는다. 그들은 “최근에 통렬한 농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은 절대 하지 않는다.

​ 좋은 소식은 전문적인 표현이라도 초보적인 수준에서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학적인 전문용어를 굳이 숙지하지 않아도 된다. 몇 가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질문만 하면 당신은 상대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춘 사람처럼 보인다. 그 다음이 흥미롭고 중요하다. 사실은 당신이 상대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를 전혀 모른다고 말하면, 상대는 당신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그는 내심 감탄한다.

“아, 이 사람은 정말 겸손하기까지 하구나!"

당신이 만일 어떤 미술 전시회에 초청을 받았다고 해보자. 당신은 미술에 대해 정말 문외한이지만, 사업상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당신의 명함첩에 화가 친구의 명함이 있는지 살펴보라.

​ 아하, 화가 친구가 한 명 있다. 다행히도 친구 샐리가 미술대학 출신이다. 당신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한다.

“샐리, 말하기 좀 그렇지만 상당수에 이르는 화가들과 대화를 해야하는 미술 전시회에 초대를 받았어. 화가들에게 물어볼 뛰어난 질문 몇 가지만 가르쳐줘.”

​ 샐리는 당신의 부탁을 조금쯤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적극적인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음, 그러면 화가들에게 무엇으로 작업을 하냐고 물어봐.”

“무엇으로라니?"

“화가들끼리는 처음 만나면 서로 아크릴로 작업을 하는가, 유화물감으로 작업을 하는가, 숯으로 작업을 하는가, 펜으로 작업을 하는가에 대해 물어보곤 하지.”

"그렇구나!"

“절대로 작품을 설명해 달라고 하지 마.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말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알았어.”

"그리고 작품이 전시되어 있냐고 물어보지 마.”

"아니, 그건 왜?"

"정말 상처를 받을 수 있거든. 작품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봐. 전시회장에 전시되어 있지 않을 경우, 자신의 작업실에 너를 초대해서 작품을 구입하게 할 수 있거든."​​

​ 인간관계에 성공한 사람들은 전문용어를 제2언어' 처럼 활용한다. 왜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그것을 활용하면 당신도 전문 직종에 관련되어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배우는가?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친구에게 부탁하면 대화에 필요한 몇 가지 물꼬를 트는 질문을 배우게 된다. 질문은 몇 개 되지 않는데, 그 보상은 엄청나다!


[출처]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14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