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상대가 즐겨 쓰는 표현에 귀 기울여라
40 상대가 즐겨 쓰는 표현에 귀 기울여라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어쩐지 느낌이 잘 통하고 오래된 친구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이는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감정과 매우 비슷하다. 어린 시절, 우리는 친구를 쉽게 사귀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같은 동네에서 성장했으며 서로 속속들이 아는 것이 많았고 정말이지 잘 통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친구들도 있고 시간 이 지날수록 점점 서로의 관계가 멀어진 친구들도 있다.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배경, 경험, 인생의 목표, 라이프 스타일은 놀랄 만큼 달라 졌다. 따라서 이제는 잘 통하지 않는다.
원할 때마다 모든 사람이 서로 잘 통하게 만들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서핑보드를 갖는 것처럼 멋진 일이 어디에 있을까? 여기 만나는 '모든 사람과 곧바로 돈독한 관계를 맺게 해주는 장치가 있다. 절벽에 서서 계곡을 향해 “야호!"라고 소리치면 조금 후 "야호!" 라는 소리가 되돌아온다. 나는 이 기술을 메아리치기' 라고 부른다. 산에서처럼 당신은 상대의 정확한 말을 메아리로 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유럽 국가 출신일지라도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조금씩 다르 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경우, 남부시실리 사람들은 북부 이탈리아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언으로 말한다. 내가 이탈리아 식당에서 직접 겪었던 일이다.
한 손님이 웨이터가 프리울라노 (Friulano) 방언으로 말하는 북동부의 도시인 우디네(udine)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사람은 벌떡 일어 나 마치 오랫동안 잃어버린 동생을 만난 듯이 웨이터를 껴안았다. 두 사람은 대화에 열을 올렸고, 다른 웨이터들은 어깨를 으쓱할 뿐 이었다.
미국에도 방언이 있다. 사실 우리는 지역, 직업, 관심, 교육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말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전역을 여행할 때였다.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코카콜라나 세븐업이 있는지 물었다. 내가 어느 정도 설명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웨이트리스는 내가 말하는 것이 자 신이 말하는 '팝' 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영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너 무나도 넓은 까닭에 미국인들은 내가 만났던 세계 어느 나라 언어보 다도 단어 선택 폭이 상당히 넓었다.
가족끼리는 서로 알아듣는 말을 한다. 친구들도 같은 말을 사용하고, 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나 클럽 회원들도 서로가 알아듣는 말을 한다.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들을 무의식 적으로 구별하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 단어는 하나같이 영어 이지만, 그것은 지역마다 다르고 산업마다 다르며 심지어 가족끼리도 다르다.
상대와 좀더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기술
누군가에게 당신도 그 사람과 비슷하다는 무의식적인 느낌을 주고자 할 때는, 당신의 말이 아닌 상대의 말을 이용하라. 갓난아기가 있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젊은 엄마에게 차를 판매한다고 생각 해 보자. 차량의 안전기능을 설명할 때 그녀의 말로 하라. 당신의 자 녀들에게 하는 말로 하지 마라. 심지어 판매 매뉴얼에 나와 있는 '어 린이 보호 잠금장치' 라는 말도 하지 마라. 그녀에게 “운전자의 제어 장치로 인해 아이는 창문을 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라. 그리고 갓 난아기를 위한 보호 잠금장치라고 말하라. 당신의 입에서 갓난아기라 는 말을 들으면 그녀는 당신을 '가족' 처럼 느낀다. 그녀의 친척들도 자신의 자녀를 갓난아기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말에 대해 서 이렇게 하라. 그녀가 무심결에 자신의 아이를 '말썽쟁이' 라고 표 현했다면, 당신은 갓난아기라는 표현 대신 말썽쟁이' 라는 표현을 적 극 활용하라.
요트를 갖고 있는 사람과 말할 때는 요트를 '보트' 또는 '배'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요트' 라고 정확히 표현하라. 만일 요트 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요트를 사랑스러운 '그녀' 라는 애칭으로 부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상대의 애칭을 존중하여 적절하게 '그녀' '라는 표현을 활용하라. 그러면 상대는 당신을 정말 친밀감 있는 존재로 느낄 것이다.
갖다'라는 의미도 다양한 표현으로 쓰임에 유의하라. 고양이를 좋 아하는 사람은 고양이를 갖고 있다' 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말을 좋 아하는 사람은 말을 '소유'한다고 말한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고기를 간직한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간단하고 쉬운 방법 하나가 상대와의 거리를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엄청나게 좁힐 수 있다.
내 친구 필과 나는 어떤 파티에서 몇몇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 다. 그중 한 여성이 얼마 전 구입한 새로운 스키 별장에 대해 은근히 자랑했다. 그녀는 산중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친구들을 초대할 날 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필이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선생님이 갖고 계신 오두막집의 위치 가 정확하게 어떻게 되죠?"
순간 그 여성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필이 그 여성의 별장에 초대될 날은 결코 오지 않을 터였다. 나는 대화가 끝났을 때 필에게 속삭였다.
"필, 별장을 '오두막집' 이라고 표현하면 어떡해? 별장 주인이 얼마나 기분 나빴겠니?”
필은 억울하다는 듯 내게 항의했다.
"기분이 나빴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두막집은 정말이지 아름 다운 표현이거든. 우리 가족의 오두막집은 매사추세츠에 있는 케이프 코드 Cape Cod에 있고, 나는 오두막집이라는 단어, 그와 관련된 것, 그 리고 오두막집이 주는 기쁨과 추억을 누리면서 자랐어." "잘났다, 필, 오두막집이라는 표현이 네게는 각별한 추억을 불러일 으키는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뜻일지 모르지만, 확실히 그 여성은 별 장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단 말이야!”
사무용 가구를 판매하는 페니라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출판사, 광 고회사, 방송국, 그리고 몇몇 변호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똑같은 사무용 가구를 놓고 고객에 따라 다양한 단어로 표현 한다. 출판사용 가구, 광고회사용 가구, 방송국용 가구, 변호사사무실 용 가구 등등.
"내 고객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긍심이 높아. 따라서 가구를 판매하려면 그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똑같이 나도 따라해야 하지."
메아리치기는 상대를 강력하게 사로잡는 언어기술이다. 상대가 애 착을 갖고 있는 명사, 동사, 전치사, 형용사 등을 귀담아 듣고 그대로 따라하라. 당신의 입에서 이들 단어가 나오면, 상대는 당신이 자신의 가치, 자세, 관심, 기대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퀴즈를 풀어보자.
약사에게 당신이 묻는다.
"약국(drugstore)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 질문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전혀 모르겠다면? 잘못된 것은 'drugstore' 라는 단어다. 약사들은 이 단어를 몹시 싫어한다. 약국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유통상점이 아 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약사들은 'pharmacy' 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레슬리라는 친한 친구가 있다.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녀 는 사람들이 불구자라는 말을 할 때마다 움츠려든다고 털어놓았다. 레슬리는 그 말을 들으면 자신이 완전하지(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장애를 가진 우리 같은 사람도 다른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 고 생각해.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많은 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우리는 한 가지를 더 지고 있을 뿐이야. 바로 장애라는 거지."
이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이다. 상대에 대한 존경을 보여주고, 그들 과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면 상대의 말을 메아리처럼 따라하라.
그러면 당신은 재치 있고 어려움에 빠지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152-1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