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말로 하는 제스처를 익혀라

54 말로 하는 제스처를 익혀라

몇 년 동안 나는 전화상으로만 여행사 직원 라니 와 대화를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녀는 항공 료, 차량, 호텔에 대해서 내게 최저 가격으로 서비스해 주었다. 하지 만 전화상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메마른 나무껍질 같은 무뚝뚝한 말투 에 정말이지 화가 바짝바짝 나곤 했다. 오죽하면 수십 번이나 다른 여 행사를 찾겠다고 맹세하곤 했을까.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급한 일이 생겨 고향으로 가는 제일 빠른 비행기 표를 예약해야 했다. 나는 공항에서 줄을 설 여유조차 없던 터라 택시에 올라타 운전사에게 여행사 정문에서 기다리게 한다 음 비행기 표와 탑승권을 받을 예정이었다.

안절부절못하며 다급한 걸음으로 여행사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을
본 한 여성이 안타까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걱정하지 말라는 미소를 지으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내가 서둘러 비상용 비행기 표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나는 그녀가 표를 인쇄하는 동안 '정말 놀라운 사람이네!' 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기분 좋게 비행기 표를 손에 쥔 채 급히 달려 나가면
서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레일 씨, 제가 바로 라니에요.”

나는 몸을 홱 돌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채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오라고 기원하면서 손을 흔드는 매우 친절한 여성을 바라보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왜 그토록 무뚝뚝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일 까? 그녀는 정말 굉장히 멋있어보였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그 모든 것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라니의 친절함(그녀의 따뜻한 미소, 이해한다는 뜻의 고개 끄덕임, 뛰어난 눈 맞춤, 그녀의 보디랭귀지, 그녀의 당신을 위해 내가 여기있습니다' 라는 자세) 은 전화를 통해서는 전달될 수 없는 침묵의 신호였다(표징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얼마 전에 들었던 라니의 목소리를 기억하려 애썼다. 그렇다. 그것은 라니의 똑같이 바삭바삭하고 무뚝뚝한 발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친절한 보디랭귀지는 그녀를 전화로만 들었던 무뚝뚝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라니의 전화상에서의 무뚝뚝함과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의 부드러운 태도는 판이하게 달랐다. 라니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직장 여성이었지만, 적어 도 전화상으로는 자신의 친절함을 전달하는 데 매우 서툴렀다.

티나라는 친구가 있다. 그녀가 의상 디자인을 맡은 소규모 공연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마침내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런데 흥행 결과는 참패를 기록했다. 좋지 않은 소식을 신문에서 읽은 나는 티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왜 쇼가 브로드웨이에서 그토록 좋지 않은 리뷰를 받는 거야?"

티나는 감독이 배우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맞추기 위해 연기를 바꾸라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안타깝게 말했다. 소규모의 관객을 웃고 울렸던 남자배우들의 작은 움직임은 거대한 브로드 웨이 관객 앞에서는 그 매력이 사라졌다. 넓은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배우들의 섬세한 제스처와 통렬한 얼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티나는 배우들이 새로운 매체에 맞추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좀더 크게 만들었 어야 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뛰어난 조언은 비단 배우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말할 때마다 당신은 자신의 매체를 고려해야 한다. 거대한 영화 스크린일 경우, 윙크나 눈썹을 치켜 올리는 것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라디오의 경우,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청취자가 당신의 윙크를 볼 수 없는 관계로 당신은 “안녕하세요, 귀여운 아가씨!" 와 같은 말을 해야 한다. 청취자들이 당신의 휘둥그레진 눈을 볼 수 없는 까닭에 "와우, 나는 정말 놀랐어!" 라고 말해야 한다.

당신의 보디랭귀지와 얼굴 표정은 당신 개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한다. 하지만 상대가 당신을 보지 못할 경우, 내가 라니에 대해 오해 했던 것처럼 당신에 대해 전적으로 틀린 인상을 가질 수 있다. 전화로 당신의 개성을 드러내려면 감정을 소리로 바꿔야 한다. 사실, 소리를 과장해야 한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전화 목소리에서 에너지 레벨의 30%를 잃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일 중요한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해 보자. 소개를 하고 수인사를 나눈 다음 당신은 상대의 얼굴을 쳐다본다. 당신은 뛰어나고 강하게 눈맞춤을 한 다음 얼굴 가득히 신실한 미소를 보인다. 상대의 말을 귀 담아 들으면서 당신은 심지어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짓는다. 상대 는 당신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당신과 상대가 눈을 가린채로 있다면, 손이 묶여져 있다면 상대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인가? 그것이 바로 당신이 전화상으로 겪는 핸디캡이다.

상대가 당신을 볼 수 없다면 당신은 자신이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 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어떤 표현을 해줘야 한다. 당신은 자신 이 미소를 짓고 있다고 어떻게든 말로 표현해야 하고, 눈맞춤을 대신 하기 위해 상대의 이름을 좀더 많이 불러야 한다. 즉 당신은 말로 하 는 제스처' 라는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당신은 보여줄 수 없는 눈맞춤을 보상하기 위해 전화상으로 말을 하다가 “아, 예"라든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라고 말해야 한다. 이 그렇게 하면 상대는 당신이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는 사실 을 알고 "알았어요"라든가 "정말 대단한데요”라든가 “농담이겠죠”라 든가 "흥미진진한데요” 라든가 "좀더 말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상대는 당신이 놀라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따라서 "정말 놀라운 데요!"라고 말하거나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라고 말하는 편이 좋다.

무엇인가 인상적인 말을 한 상대는 당신의 부러워하는 표정을 보지 못한다. 이럴 경우에는 "정말 뛰어나시네요!" 라고 말하거나 "정말 대단하시네요!" 라고 말하라.

물론 큰 소리로 웃어야 할 경우도 있다. "와우, 정말 재미있네요!" 라고 말해 보라. 확실히 당신은 당신의 개성과 상황에 부합하는 문구 를 선택할 것이다. 전화 상대가 당신의 감정을 듣도록 하라.


[출처] 레일 라운즈 지음/임정재 옮김
[사람을 얻는 기술] page 195-199